버생과 트위터
SNS와 담쌓고 살았는데 23년 6월 트위터를 시작했다.
왜 트위터를 시작했냐…
첫번째 이유는,
내 버생에 다양한 생각과 추억을 쭈욱 적어서 남겨두고 싶어서였다.
나는 이렇다 할 재주가 없기도 하고, 스트리머에게 가장 간단하면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도네라고 생각하여 매번 도네만 해왔는데,
어느날 문득 그냥 모든게 휘발되는 기분이었다.
음… 적어도 추억이라도 잘 적어서 정리해둬야 시간이 지나서 돌아볼 때 좀 더 뿌듯할 거 같았고, 그래서 일기장 목적이 첫번째였다.
두번째 이유는,
매일 이것 저것 적어놨다가, 언젠가 우연히 오시가 봤을 때 ‘이렇게 진심으로 방송보는 팬도 있구나’하며 심심한 위로가 됐으면 했다.
‘내 말들이 공허한 외침이 아니었구나’, ‘경청하며 오래 봐주는 팬이 존재했구나’라는 사실을 느끼면,
뭐 방송 뿐만 아니라 살아감에 많은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응원과 같은 이유
그리고 전달되지 않아도, 혼자 ‘이 말이 닿을까요’하는 마음 속 깊은 소통?? 음… 너무 망상같나… 이 미묘한 감성이 있다
세번째 이유는,
버튜버라는 취미는 좀 외롭다.
진지한 생각들을 속편하게 나눌 곳이 없다.
그래서 트위터에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그 외로움을 좀 풀고, 혹시 지나가다가 내 트윗을 보는 리스너가 있다면 재밌게 읽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런데 그건 SNS를 너무 모르는 짓이었다.
시작하자마자 꼬였다.
평소에 아무 활동도 안 하는 계정이어도, 팔로우하고 하트를 눌러 놓으면 상대방 추천에 바로바로 뜨는 시스템이었고, ‘언젠가 우연히’는 불가능했다.
내 원대한 계획은 시작부터 꼬여 버렸달까…
어쩌면 이 때 바로 그만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건강하지 못한 소통
처음부터 꼬였으나, 그래도 오시나 다른 시청자들을 의식하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일기장을 잘 써나갔다.
…그런데… 오시가 가끔 찍어주는 하트와 답글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머 세상 그 누가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을 싫어하겠어
물론 관심 끌고 싶어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오바하거나 한 적은 맹세코 없지만, 읽을 걸 크게 의식하게 됐고, 혹시 반응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다.
… 독백을 핑계로 소통을 바라게 됐다.
- 오늘 방송이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았고 어떻게 아쉬웠는지
- 방송 중에 나온 주제에 대한 내 생각
- 오시가 왜 좋은지
- 왜 버생 커뮤니티를 줄이기로 했는지
- 유사연애와 버튜버덕질에 대해서, 그리고 나는
이런 류의 글들을 열심히 적고 싶었으나,
점점 부적절한 푸념들만 늘어갔다.
트위터와 분리된 공간의 필요성
차라리 건강한 이야기들만 쓰면 모르겠는데, 센치한 트윗들이 늘어갔다.
오시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여파로 나도 너무 힘들었다. ‘내가 우울증에 걸린 건가?’ 싶을 정도로 마음을 많이 썼다.
그러다보니 참지 못해 감정을 토해내는 일들이 늘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트위터를 감정쓰레기통으로 쓰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팬이 과몰입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 조차도 힘이 되지 않을까’하는 합리화도 했다. (언젠가 오시가 말했던, 본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본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 보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좀 변태같은 지배욕(?)하고 비슷한 얘긴데 암튼.)
음… 이런 소통방식이 옳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이 모롱로그같은 분리된 공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은 진즉에 했으나,
종종 달리는 오시의 반응이 너무 달아서 자꾸 합리화하며 미뤄왔다.
실수
최근 술 마시고, 이런저런 실수를 많이 해버렸다.
힘든 부분이 있어서 잔뜩 취한 채로 징징거렸고 그게 오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끌어버려서 순식간에 내 트위터는 요주의 트위터가 되었다. 팔로우/팔로워가 늘어난 건 물론이고.
이제 글을 쓰면 확실히 누군가는 바로 읽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 눈치를 안보고 글 쓰는 건 불가능해졌고, 내 트위터는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푸는 역할은 하나도 못하게 되었다.
음… 멈춰서 돌아보니 트윗을 시작했던 목적에서 너무나도 크게 벗어났고 혼자서 생각 푸는 것을 못하니, 끙끙대다 오시한테 갖잖은 소리를 해버리기도 했다.
…심각성을 느꼈고, 이 블로그 만드는 것에 속도를 냈다.
어쩌면 오시도 이런 부작용을 생각해서일까??.. 이제 트위터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자의식과잉이려나??.. 내가 소통창구 하나를 망가뜨린 거 같아서 죄책감이 크네…
사실 나는 나를 드러내기 싫다
‘트위터도 했고, 이미 관심 받을 대로 받았고, 심지어 그걸 즐기는 거 같아 보였는데 이제와서 그게 뭔 소리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나는 혼자서, 조금은 외롭게 동경하고 싶다.
달은 하늘에 떠있을 뿐이고, 나는 그 달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들 중 하나임을 아는데 괜히 달이 나를 봤다며 호들갑 떨고 싶지 않다.
채팅을 줄인다느니, 도네를 줄인다느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방송에서는 에고가 약한, 좋은 팬1로서 재밌게 보고, 그 외 공간에서 조용히 좋아하고 싶다.
또 그런게 건강한 팬이 아닌가 싶기두 해. 나를 드러내면 푸념 한두마디가 쥐흔이 될 수 있는 게 소규모 인방이니까.
어쩌면 그래서 오시 트윗과 일기에 댓글도 잘 못 적겠고, 팬레터도 못 보내는 거 같다.
진짜 트위터를 괜히 했나…
그래서 모롱로그
미완성이지만, 이 곳을 1차적으로 완성하고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다행이다. 앞으로 SNS에 지랄하는 일은 거의 없을 듯… 트위터에는 가볍고 즐거운 일상 정도만 쓰지 않을까 싶다. 처음 트위터를 시작하려했던 그 두가지 목적을 이 공간에서 충족하고 싶다.
아직 이 공간의 정체성을 확실히 정하진 못했다.
Q&A a day를 이곳에서 할 지, 내 현생은 어느정도 포함시킬지, 이 곳에서도 나시아를 그냥 오시라고 부를지 등등…
그래도 이 곳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나 오시와 관련된 컨텐츠들도 만들어서 꾸며놓고 싶고 음음…
이 사이버 세상 속에 내 맘대로 풀 커스터마이징하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 마치 내 방이 생긴 거 같달까.
이곳저곳 흩어져서 작성했던 글들도 여기로 좀 모아둘까 싶다. 좀 게을러서 나중에 하겠지만.
뭐 암튼 시작…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