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꼬였다

오시 생일은 항상 알고 있고, 선물 보낼 생각도 계속 가지고 있었으나

막연히 ‘(미개봉캐릭터체온계) 매물 파시는 분 연락만 오면 나머지 착착 진행해야지’라고 하고 있었다

그 분 기다렸다가 모든 게 밀렸다 (남탓맞음)

결국 답장이 오긴 했는데 이미 너무 늦었다 (해당 물품은 그냥 포기했다)

뒤늦게 다른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모든 게 밀리다보니 처음부터 생각해뒀던 선물 주문도 너무 늦게 했다

심지어 배송 받았더니 준비해둔 상자에 안 맞았다 … 그렇게 큰 사이즈의 선물도 아닌데

‘오늘 편지 다시 쓰고, 포장해서 회사 갔다가 보내야지’ 했던 사고회로가 정지됐다

돌아보면, 일단 회사에 들고 갔다가 우체국에 가져가서 거기서 포장했으면 됐는데 그 생각을 못했다

그냥 ‘늦었다 망했다’라는 생각에 패닉





비상대책

현생도 완전 바쁜 상태라 우선 출근을 했는데, 막막했다

퀵이라는 수단을 떠올렸기에, ‘오늘 퇴근하고 빨리 준비해서 브이리지에 보내놓으면 되겠다’ 싶었지만 퇴근 이후 시간엔 무리라고

그래서 오시 생일에 맞출 기대는 접었다

그래도 최선은 다하고 싶기에, 최후의 방법으로 월요일 아침 브이리지 업무시간 맞춰서 퀵 예약해놓는 거 정도로 마무리 지으려고





박스 구하기 여정

어쨌든 택배 박스가 없는 상태였기에, 오늘 퇴근 후 박스를 구하러 다녔다

지인이 다이소에 판다고 그래서 갔다

간 김에 천천히 구경도 하며 쓸 데 없는 충동구매만 잠깐

‘이제 박스사고 나가야지’했는데,


망해버렸다

졸지에 목적인 박스는 못 사고 이상한 잡동사니 충동구매만 (…)





대형마트로

다시 뒤늦게 검색해보니 마침 가까운 곳에 대형마트가 있었고, 거기서 박스를 사면 되겠다 싶었다

‘어차피 불금이니까 쉬엄쉬엄 산책삼아 가지 뭐’ 하며

중간에 햄스터도 좀 구경했다 (만 원이더라)

문득 오시가 소동물 저렴해서 사람들이 책임감이 없다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구경 좀 하다가 박스를 팔 만한 곳을 한참 둘러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파는 게 아니라 주차장 나가는 쪽에 셀프 포장대가 있다’하여 가봤더니 진짜 있었고

‘나 여기서 아무 것도 안 샀는데 가져가도 되는 건가??.. 시큐리티가 붙잡아서 혼내면 어덕하지…’라는 불안감을 견디며 괜찮은 크기의 박스를 집어 들었다


… 그냥 들고 나가기가 눈치보여서 괜히 다이소 충동구매 물품이라도 담아서 나갔다





기구한 귀갓길

다 준비해서 나왔는데 이런… 실수로 우산을 두고 나왔다

비가 조금 내렸는데, 박스를 든 채로 다시 우산 가지러 가기 너무 힘들고 귀찮아서, 그냥 비 맞으면서 집으로 출발했다

날도 너무 춥고 비도 쳐맞고 뭔가 양심 찔리게 챙겨온 박스를 들고 기구하게…


아니 ㅅ발 붕어빵 가게가!!!!

평소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있는 걸 봐둬서, 오시가 붕어빵 얘기하던 게 떠올라 사먹으려는 계획도 있었다…만..

오늘 닫았다 (타코야끼 포장마차는 하는데 왜 여기만)

그냥 괜히 서럽더라…





이게 정말 사실인가요?

집으로 돌아와 포장을 하려 했는데


박스가 작아서 안맞았다

진짜 눈물날 뻔

완전 멘붕이었다


우산 두고 오고, 비 쳐맞고, 붕어빵도 못 사먹고, 날씨는 짜증나게 춥고

그랬는데 내게 남은 건 충동구매 다이소 잡화와 맞지 않는 박스라니.. 붕어빵도 못 먹었다니… 심지어 생일선물도 늦는다니…



그러다가 오기가 생겼다





그래 까이꺼 다시 가서 박스 더 큰 거 찾아오면 되는 거 아님?

꽤 거리가 있음에도 그냥 다시 갔다

갔는데 박스가 없다거나 하는 불행한 상상도 했으나 그냥 갔다

이번엔 줄자도 가지고 (…)

오기가 생기니까 눈치도 안 보게 되더라 대놓고 박스 여러개 폈다 접었다 하면서 줄자로 다 재보고 괜찮은 박스 가져왔다

이럼 뭐하냐 에혀…





그래도 뿌듯

정말 박스만 챙기고 그대로 다시 집에 왔다

멍하니 쉬다가 포장을 해봤는데, 사이즈가 딱 맞아서 …뿌듯했다

그나마 위안이네

벌써 금요일 저녁이 사라졌다





시간이 좀 남아서

그냥 시간이 좀 남아서 내가 쓴 편지를 다시 읽어봤다

… 오글거린다 역시..

내가 이런 말 할 수 있을리 없잖아…

난 속마음 말하는 게 어렵다


… 어차피 월요일까지 한참 남은 거, 화이트로 수정하거나 여차하면 좀 다듬어야겠다

아쉬움도 많이 남았던 편지니까




오시는 두통이 여전하다고 한다

증상이 호전이 안 되는 건가

아프지 않았음해..

오시는 오늘 하루 아프지만.. 그래도 편하게 보냈을까?




에… 그냥.. 이게 다 뭔가 싶지만

그래도 나름 무언가를 위해 바보같은 짓 해보니까

… 이것들도 추억이 되겠지 싶다



좀 쉬어야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