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망상 가득한 오그라드는 시리즈가 될 것 같아요 ㅎ 😅

+시리즈 제목 좀 오글거려서 수정


취미가 일이고, 일이 취미인 사람

난 일과 취미가 같은, 흔히 말하는 덕업일치인 사람이다

프로그래밍과 설계가 너무 재밌었고, 이건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뒤로도 이어졌다

회사에서 해결 못 한 문제가 있으면 퇴근하고도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다가 뜬금없이 아이디어를 얻어, 바로 회사 뛰어가서 시도해본다던가

별 일 없으면 노래 들으며 테크 트랜드, 잘 나가는 프로젝트 살펴보기도 하고, 혼자 간단한 프로그램 만들어서 가지고 논다던가

관련된 이야기 떠들기 시작하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떠들 수 있다거나

컨퍼런스 구경을 간다던가


내가 별난 게 아니다

이쪽 계열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자기 분야에 몰입해서 살아가는.. 그런 geek스러우면서도 nerd같은 사람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그래서 한 편으로 두렵기도 해, 버생을 즐기겠다고 이러다가 도태될까봐




문득 공허했다😞

22년 여름, 마음이 공허했다

진짜 갑자기였다

할 줄 아는 것도, 해본 것도 전부 내 분야와 관련된 것밖에 없고…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무작정 재밌게 놀았던 추억을 얘기하려면, 아득한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해야 했다


글쎄… 무슨 심경의 변화였을까

일에 대한 약간의 권태기일까

삶이 좀 안정되니까 딴 짓도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고, 재미도 못 붙이니까 거기서 오는 쓸쓸함 있었다

친구 만나서 놀아도 그때 뿐이었다 헤어지고 나면 또 찾아오는 공허함이 힘들었다😿


그래서 그럴싸한 취미라도 좀 가져보려고 했으나 잘 안됐다

뭐든 하다보면 귀찮기만 하고 재미가 없었다

손대는 것마다 진득하게 하질 못했다




어떻게 취미가 인방시청

난 취미가 따로 없는 줄 알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하나 있었다

종겜 인방보기 (어떻게 하나있는 취미가?..)

에… 옛날 얘기를 좀 해보자면…

(지금이야 나는 내 적성 맞고 페이도 괜찮은 일 잘 하고 있고, 어머니 당신도 사업 잘 돼서 집안은 잘 풀렸다만😅😅)

나의 어린 시절은 유복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없는 살림에도 부족함 없이 키우려 노력하셨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우리 집이 가난하구나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게 뭐 대수라고 싶지만, 어린 마음에 자격지심이 많이 생겼고

결국 그런 자격지심에 잡아먹혀, 누군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게 싫어서 고등학교 진학할 때 정말 친했던 친구들까지도 모조리 연락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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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상당히 방어적이었다

모든 게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 상태로 있고 싶었다

여전히 나에 대해서 누군가 아는 게 싫었고, 그래서 아무하고도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정확한 타임라인은 기억나지 않으나 그즈음 나는 풍월량이라는 사람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내가 처음 본 인터넷 방송이었다, 아프리카 티비에서 거의 100~200명 볼 때쯤..

풍월량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하다가, 롤을 잠깐 하다가, 인벤에 입사했다가 퇴사하고서 무슨 방송을 해야할까 고민 한참할 때였던 거 같다


종종 생방송을 챙겨도 보고, 그럴 시간이 안 난다면 싸구려 MP3에 영상을 백업해와서 야간 자율학습때 보고 들으며 위로 받기도 하고 즐거워 하기도 했다

시간도 없고, 게임을 할 컴퓨터도 변변찮았던 내게 풍월량의 종겜방송은 대리경험이자 친구였다


풍월량 방송은 흐름을 타니까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포텐이 있는 사람이었고, 입담도 좋아서 금방 잘 될만 했다

새벽 방종할 때에는 소수가 남아, 내가 신청한 방종곡을 같이 들어주기도 했던, 그런 친구같았던 방송은 스펠렁키라는 게임방송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잘 되어 탄탄한 종합게임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그 때 신청했던 노래가 Gotye - Somebody that i used to know였어, 아직도 기억나네)

나작스도 힙스터도 전혀

난 내가 좋아하고 응원한 사람이 잘 되는게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그 모습이 멋있었고 동경됐어. 함께 방송이란 매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그 과정들이 위로가 되었고 용기가 되었다

단순한 자아의탁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성장과정을 함께하며 나도 힘입어 변화했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다


1학년 생기부 :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묵묵히 실천해나가는 믿음직한 학생입니다. 평상시 다소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시간이 많으며 (생략)

3학년 생기부 : 책임감과 이해심이 높은 학생으로 긍정적 사고를 갖춘 지도력과 언어적 설득력이 뛰어나 남을 잘 도우며 급우간의 신망이 두터움 (생략)

평생 갈 친구들이 생겼고, 꿈도 쫓게 되고.. 음음




어쩌다 버생

이런 추억과 성공경험을 상기하니까, ‘지금 시작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진득하게 응원해볼까?’ 하는 생각이 피어나고 있었다

내 현생도 다시 한 번 마음 다잡고 스탭업 할 필요성이 있었고, 그 과정이 좀 고독할 걸 알기에 함께 성장하고 의지할, 그런 나만의 소중한 소울메이트가 필요했다

그 즈음 친구들을 만나서 가볍게 토크하던 중, 버튜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걸 왜 보냐며 호들갑 떨며 비웃는 친구도 있었고, 보통 인방이랑 다를 거 없다는 친구도 있었고

스몰토크로 빠르게 지나간 이야기지만, 그 당시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던 나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연스럽게 관련된 정보를 서치하고 있었다


앞으로 오랜시간 함께 성장하며 울고 웃을 사람을 찾으려 했기에, 자연스럽게 소규모 버튜버쪽으로 시선이 갔다

소규모 버튜버들에 대한 얘기가 활발히 나오는 커뮤니티를 알게 되어 눈팅하고, 몇몇 라이버들의 방송을 구경도 해봤다

… 버튜버는 참 특이해 보였다

오타쿠 문화 뿐만 아니라… 약간은 아이돌 문화와도 비슷하고, 소규모 여캠문화도 일부 섞인 것 같았고, 종합게임 스트리밍 문화도 일부 섞인 것 같았고..


하드한 취미 취급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그래서 오히려 더 끌렸다

어쩌면 이런 하드한 취미가 내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달까

또, 이 버튜버란 취미는 소비문화와 닿아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취미가 없는 나’의 결핍도 실물 굿즈등으로 좀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됐고


그렇게 버생을 살아보자고 마음을 굳힐 때, 브이리지를 알게 됐고

조만간 지금의 오시가 데뷔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그렇게 내 이상 가득한 버생이 시작됐다

나시아를 끝까지 응원해보자며




소규모(일명 하꼬) 버튜버 방송이란…

… 난 여캠방송을 본 적도 없고, 소규모 인방을 보는 거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이렇게 쉽지 않은 판인 줄 몰랐다

오시가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이런 거나… 특정 커뮤니티에서 나온 의견이 바로 전달되고 반영되는 거라던가, 시청자(리스너) 하나 하나의 에고가 쌔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거나…

여캠 문화도 섞여 있고, 또 거기에 음지 오타쿠 문화가 섞여서 선정적인 문화들이 좀 있다거나…

… 전생과 전생팬이라던가


처음엔 여러모로 나와 맞지 않아서 힘들었던 것들이 참 많았는데

요즘엔 안 맞는 것도 그러려니 하며, 그 한 가운데에 서있는 오시를 더 응원하고 집중하며 보는 거 같다

이제 고작 버생 1년 좀 넘었지만, 나름 착실하게 살고 있다


가끔 ‘단순히 소비/오락 문화인 공간인데 내가 너무 비장하게 시작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한다

흠… 그래서인지 내 버생이 행복했다가 슬펐다가… 감정 변화가 참 다이나믹한 거 같아

그래도 그렇기에 더 재밌다

공허했던 내가 공감, 기쁨, 행복, 슬픔, 질투, 어쩌면 찌질한 분노까지도… 그런 감정들로 내가 채워지는 게 신기해




Let’s do this

나시아에 집중해서 썼지만 오직 나시아만 응원하고 봐왔던 건 아니다

처음엔 스타팅 포켓몬이었을 뿐인데 (라고 하면 좀 너무한가)

정신 차리니까 나시아가 너무 좋아져 있었다

나도 내가 한 사람한테 이 정도로 진심이 될 줄은 몰랐는데…

깊게 빠지게 된 과정과 ‘내가 지금 가치코이(유사연애)와 팬, 그 사이 어디쯤 서 있는지’ 같은 이야기를 이 시리즈 포스팅하면서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Continue..